[기고] 한식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려면
  • 조현주 세계사이버대 약용건강식품과 교수
    요즘 농림수산식품부의 ‘한식 세계화’ 사업에 불이 붙고 있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는 자국 음식 세계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 감독은 바로 각국 정부다. 음식문화가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고용 등 부가가치 창출이나 농업과 같은 연관산업에 미치는 산업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각국의 추세에 비춰 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농림수산식품부의 야심 찬 한식 세계화 사업은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외식업계는 우리나라의 외식산업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10년 뒤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서비스업종은 주방장, 조리사, 바텐더 등 음식서비스 관련 직업이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식품 관련 산업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과 약선(藥膳)음식 등 한식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차별성을 적극 내세워야 할 것이다. 이미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맛’이라는 표현으로 발효식품 시대를 예언했으며, 미국의 건강지 ‘헬스’는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김치를 비롯한 발효식품 3개를 선정한 바 있다. 또 1999년 ‘푸드사이언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0년에는 “아시아 음식과 허브(약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음식이 에너지원이기보다 예방약품의 관점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래의 음식이 우리 음식의 핵심철학인 약식동원(藥食同原·약과 음식은 하나)사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만 보더라도 한식은 세계인들에게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웰빙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다음으로, 한식의 현지화가 필요하다. 전 세계에 한식당이 고루 분포돼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현지 교민과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현지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식의 현지화를 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표준조리법 개발이 필요하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일본은 스시(초밥) 만드는 법을 표준화해 전 세계 일식당에 보급한 바 있다. 회를 뜨는 두께와 길이, 쌀의 종류 및 씻는 횟수 등을 정리해 어느 일식당에 가도 맛있는 스시를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 농림수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식 표준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한식 현지화를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조리법뿐 아니라 식재료, 프랜차이즈, 인테리어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표준화를 해야 한다.

    정부의 ‘한식 세계 5대 음식화’ 사업은 장기적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막대한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식품의 웰빙 트렌드는 거의 대부분의 식단이 발효식품과 약선음식으로 구성된 한식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것이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고급호텔 레스토랑은 물론 피자가게나 일식당처럼 세계 어디서든 한국음식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조현주 세계사이버대 약용건강식품과 교수
  • 기사입력 2009.03.02 (월)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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